너무 오래 산 탓에
그는 귀가 어둡고
눈도 희미해졌다
그러나
잊고 지내던 오래전
사랑만은 낱낱이 기억해서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고 있다
그가
입 무겁고 조용한 것은
아는 것이 많아서가 아니라
상처가 많아 서야.
[시작노트]
우리 집 정원에는 큰 바위가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날마다 새들이 날아와 시끄럽게 떠들고 하여도, 귀찮다고 말하지 않고 묵묵히 앉아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 불어도 바위는 싫은 내색을 않는 바위를 대하면서
이 바위는 오로지 한 사람을 사랑한 그 기억만을 떠올리며 일상을 보내는 것만 같았다.
[하옥이시인 약력]
경남 합천 출생. 한국현대시인협회 이사. 국제펜 한국본부 심의위원
한국가곡작사가협회 고문. 시집 《숨겨진 밤》 외 다수
가곡집과 음반 독집 《별이 내리는 강언덕》 문학인신문 기자
월간《시see》 편집국장. 《작가와함께》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