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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으로 쌓는 탑 -시인 홍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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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23-05-27 16:5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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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란 입이 짓는 영혼의 집이요

시는 입으로 쌓는 탑이다

눈으로 말하고 손으로도 말하지만

시는 입으로 낭독하고 암송하라

 

'세상이 다 시다'라고

시맛만 다시다 말면

사별한 사내의 여자요

이혼한 여자의 사내 같은 시밖에 되지 않는다

 

며느리발톱 같은 시는 쓰지 마라

하늘에는 수많은 별이 반짝이고 있다

내가 천 편의 시를 쓰면 천 편으로 남을까

만 편을 쓰면 그렇게 남을까

 

하늘에는 해 하나, 달 하나뿐이구나

산 시는 죽은 시에게 안부를 하지 않는다

자발없는 짓거리나 하려거든

시여, 우리 헤어지자.

 

[시작노트]

 기생 지친것 같은 시나 선생 지친것 같은 글은 쓰지 말자 하면서도 

퇴물이라도 기생 얼굴을 그리려 들고 무식해도 선생 노릇을 하려 드는 

걸 어쩔 수 없으니 나도 속물시인임에 틀림없다.

 이제부터라도 들떠들지 말고 속 빈 강정의 잉어등 같은 시는 쓰지 

말자 다짐을 해 본다.

 

[홍해리시인 약력]

* 1969년 시집 『투망도投網圖』를 내어 등단. 시집 『독종毒種』,『치매행致梅行』외 다수와 시선집 『홍해리洪海里는 어디 있는가』, 『마음이 지워지다』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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