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백 년 시간이 살아 숨 쉬는 무첨당*
망종 맞아 묵은 먼지 털고
봄 전령들 다비식 하며
굴뚝 뿜는 연기로 분위기 돋워
녹음방초 속 눈물 콧물 빼는데
시내의 조 시인
“먼지도 역사인데 좀 두고 보지요” 하니
파련 대공 덮은 세월
안도의 숨 크게 뱉고
대걸레도 길게 드러눕는데
혀끝으로 중중모리장단 풀어
“글체 글체”하는 뽀꽁새
더불어 살아보자며 더하는 가락 따라
익은 풀냄새 배경으로
전별가 부르는 초하(初夏)
씨란 씨는 다 땅속 들어야 한다고 다그쳐
텃밭 고랑마다 어설픈 시어 뿌려
절기 맞춘 등가물 거둘 궁리 아슴푸레하네
무첨당 : 국가 보물 제411호
[시작노트]
모든 씨앗이 파종되어야 결실 볼 수 있다는 24절기 중 9번째인 망종.
입하가 지나며 달아오른 열기만큼 자연의 색 짙어져 녹음방초 이르니,
무첨당 관리 또한 노동에 가까운데 조 시인의 전화로 자연물들 존재 보고
듣는 전원생활 그 자체가 시임을 다시 확인한다.
[신순임시인 약력]
경북 청송출생. 월간 조선문학 시부문 등단(2011)
현대시인협회 회원, 국제펜 한국본부 회원
시집 ‘무첨당의 5월’ ‘앵두세배’ ‘양동물봉골 이야기1, 2’ ‘친정 나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