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갑거나 따뜻하거나
나는 항상 진실로 받아 들였다
땅의 기운을
스스로 다지고 누르면서 알게 된 비밀
가장 밑바닥에서 생동이 일어나고
그곳으로 동트는 아침이 온다는 걸 알았다
거친 아버지의 발이
이불속에서 숨을 거두었을 때
얄팍하고 마른 무릎이 있었고
남은 온기도 싸늘하게 식으며 부재였다
발바닥에서 부지런히 걷던 세월이
조막만한 불을 지피고 식솔들 배 채우고
타다 남은 것들이 발끝에 모이면 새로운 잉걸이 되었다
남은 열기가 생의 불씨를 더듬거릴 때
발의 비밀이 스스로 허물을 벗는다
가벼이 떠나는 저 거룩한 발
이승에 남은 모든 것을 태우는 밤이 왔으니
무엇에 발자국을 찍고 흔적을 남길 수 있을까
다음 생에도 모를 발들의 족적을 알기나 할까
누구의 발을 만지는 밤
이불속 발에게 남은 온기를 데우는 저녁이다
진실한 삶의 흔적을 더듬거리며 절규하는 나는
다시 차갑거나 따뜻한 맨땅을 밟는다.
[시작노트]
근면성실을 말씀하시던 아버지의 부재가 생각하지 못했던 나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온 날이었습니다. 농촌에서 일하시던 아버지의 삶 속에서 거친 숨소리가 들리고 어느 날, 큰 신체를 누이고 식어가는 몸이 딱딱해 질 때 아버지의 남은 체온은 우리를 향하는 뜨거운 햇빛 같았습니다. 땅을 천천히 밟다 보면 서로의 열기로 다시 희망의 진실이 돋습니다. 언젠가 나의 발은 詩가 될 것을 믿습니다.
[남경희시인 약력]
하동출생. 2014년 월간<문학공간> 詩부문 신인상 수상.
시집 『수레국화』, 『상처 위의 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