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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 1 -시인 손용상
  • 포켓프레스
  • 등록 2023-04-09 11: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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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에 걸려서 차를 멈췄다

네거리 한쪽에서

콧수염이 무성한 홈 리스 영감이

바이올린을 켜고 있다

 

살짝 창문을 열었다

문득 들리는 집시의 춤곡

찌고이네르바이젠

눈을 크게 뜨고

그를 바라보았다

 

이 봄밤의 초저녁에

불현듯 텍사스 골목에 나타난

‘파블로 데 사라사테’

150년을 거슬러 그가 왜 여기에 왔을까

 

기이한 환상을 보며 얼른 

동전 한 움큼을 그의 통속에 던져 넣었다

그리고 

신호가 바뀌고 

아쉬움을 남긴 채 나 또한 

집시가 되어 훌쩍 

 

다시

길을 떠났다. *

 

===============

 

// 나는 ‘파블로 데 사라사테’를 사진으로만 봤다. 당연히 역 150년 전에 죽은 그를 따로 볼 리가 만무이기 때문이다. 허나 내 기억에 남아있는 그는 콧수염이 무성한 모습이었다. 모습이야 그렇다 치고...나는 그가 만든 ‘헝가리 무곡’을 좋아한다. 음악은 문외한이지만 이 곡은 젊었을 때부터 귀에 익었고, 그리고 첫 소절부터 마치 先塋들의 제사 때 처음 향을 피운 후 祝文으로 영혼을 불러내는 듯한 음률이... 나를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그 선영들은 제례가 끝나고 ‘이승’하시라는 告諭(고유)를 아뢰면 다들 아쉬움을 남기고 떠난다, 그리고 대청에서는 남아있는 사람들끼리 飮福(음복)이란 잔치가 시작된다. 비유가 어째...마땅하진 않지만, 그래도 떠나고 남은 자들의 교감은 이승 사람이나 저승 혼백이나 비슷할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 


<시인 약력> 

△ 경남 밀양 출생/경동고, 고려대 사회학과 졸업. 

△ 조선일보신춘문예 소설 당선(1973) , <시선> 해외 시문학 대상, 

 미주문학상, 재외동포문학상, 고원문학상, 미주윤동주문학상,

 해외한국소설문학상, 미주카톨릭문학상 외 국내외 문학상 다수

△ 장.단편 소설집, 운문집, 에세이 칼럼집 등 20 여권(전자책 포함). 

△ 미국 택사스달라스거주. 글로벌 종합문예지 '한솔문학'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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