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다 녹은 잔설이 드문드문 숨어있는
백두고원 수목한계선 넘어
흰옷 입고 몸을 낮춘 조선바람꽃
너른 고원 등성이 짧은 햇살 속
냉기 품은 바람도 끌어안았다
아직 그 무엇도 담아본 적 없는
지치지 않아 더 맑아진 기다림의 눈빛
지난 시간 계절풍이 할퀴고 지나간
점도 낮아 푸석한 화산토 아래
그래도 단단하게 뿌리 내렸다
바람의 정체성은 바람을 견디는 것
견디고 견디어서 마침내 극복하는 것
녹슬어 무디어진 철조망 걷어내고
단절된 역사의 혈맥 다시 잇는
끈질긴 한민족의 간절한 염원들이
따스한 햇살 아래 나란히 모여들어
통일의 신바람꽃 피우고 있다
[시작노트]
백두산과 바람과 바람꽃...바람꽃을 중의적으로 노래하였다.
바람(風)과 바람(望) 그 경계 지점에 순결한 조선바람꽃이 핀다.
바람(風)을 견디었으니 민족의 바람(望)은 꼭 이루어지리라.
[임애월 시인 약력]
1998년 《한국시학》으로 등단
시집 『그리운 것들은 강 건너에 있다』 등 5권
한국시학상, 전영택문학상, 경기펜문학 대상 등 수상
《한국시학》 편잡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