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잔 커피를 들고 창가에 앉는다
한 잔은 입맛 잃은 나에게
또 한 잔은 파도 끝에 보낸다
입술에 남은 그대를 떨어내면
무너지는 파도가 하얀 거품을 일으켜
내 목을 감고
입술에 남은 쓴맛을 훔쳐간다
돌아서는 파도는 언제나 물거품을 남기지만
내게만 남은 암초가 아니기에
파도는 조금씩 쓴맛을 빼가서
그대 빛나는 낯바닥을 달랜다
블랙커피도
바다가 보이는 창가에 앉으면
가끔 단맛이 날 때가 있다
[시작 노트]
강가나 바닷가에는 유난히 카페가 많다. 물을 바라보며 마시는 커피는 한결 맛이 더 나는 것일까. 나도 가끔 바닷가 카페에서 커피 마시는 걸 좋아한다. 그것도 혼자라면 더 금상첨화다. 바다가 은근히 들려주는 이야기가 내게는 시가 된다. 아무리 바라보아도 질리지 않는 얼굴과 마주해 있다면 행복하겠다는 생각이 바다를 보면서 든다. 바다의 솜털 같은 포용력이 날 깊이 빨아들인다. 익사하고 말아도 좋다.
[강영환 시인 약력]
197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1979년 《현대문학》 시 추천완료 등단, 시집으로 『누구나 길을 잃는다』 『나에게로 가는 꽃』 『내 안에 파도, 내 밖의 바다』 외 다수, 수상으로 부산작가상, 부산시인상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