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는 거 팔모니라
좋은 날도 있을 거야
이제 그만 울어라
송홧가루 노랗게 날리는 날
반들반들 윤이 나게 닦아놓은 등황빛 대청마루
버릇없는 장닭들 함부로 발자국 내어도
말없이 몇 번이고 마루를 닦으시던 어머니
치맛자락 슬픔 길어 사각거렸다
어린것의 어미가 되어
밝은 볕살 복사꽃 그늘에
말없이 나 오래 서 있다
너를 위하여 평생
아니 저 세상에 가서도
내 아픈 손가락으로 슬픔의 푸른 실 잣는
늘 마르지 않는 샘물임을 아는지
한 줌 뜨거운 흙
올해도
제비꽃 한 송이 품어다 준다
<시작 노트>
봄기운 흐르는 누리의 첫 새벽, 파르스름한 하늘에 바람이 무늬로 흘러간다. 얼었던 흙이 녹으면 봄풀이 파릇파릇 돋아 여리고 여린 꽃을 피워낼 것이다. 경이롭다. 가슴 바닥에 어린 것이 그늘져 있어 머리 숙이며 두 손 받쳐들고 길고 긴 저녁기도를 올려야 했다. 몸맵시 은은한 어머니가 함께 깊이 젖었다. 들판 긴 이랑에 오르는 아지랑이는 성모마리아 옷고름처럼 한없이 포근하고 부드러워서 아린 마음을 위로하는가.
<도경회 약력>
2002년 계간《시의 나라》 신인상 등단. <셋> 동인
시집으로 『노래의 빛』 『외나 무다리 저편』 『말을 걸었다』 『데카브리스트의 편지』 등.
진주보건대학교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