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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어머니 -시인 고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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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23-03-05 19: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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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어둔 사진첩 꺼내 들춰보면 

질부인 나의 신혼여행은 큰댁으로 가고 

넓고 큰 집은 소박한 가구들로 장식되어 

눈빛 고운 큰어머니 웃음으로 반기시며 

 

허기진 가난이 들짐승처럼 덤빌 때 

구남매 장손 며느리로 시어른 모시며

텃밭 같은 시동생들 버팀목 되어 감싸 안고 

구남매 자손 낳아 돌담 같은 울 달군 손길 

 

백부님 직장 서울 살이 옮기면서 

시골 사는 조카들 줄줄이 끌어 올려

새벽 깨운 치다꺼리 땀방울 적셔내고 

눈뜬 세상 졸업시켜 등불 밝힌 임이시여 

 

둥글게 품어온 뭉클한 사랑이 

엄한 듯 자애로운 아량 그 공덕에

날개 펼쳐 뼈마디 굵어진 오늘 

문득 불러보고 싶은, 잊히지 않는 이름 큰어머니 

 

 [시작노트]

 그이가 고교 졸업당시 가정 형편이 어려워 꿈도 못 꾼 대학진학 

큰아버님 호통으로 큰댁에 짐을 풀고, 아홉 명 사촌과 숙모댁 여동생까지 

모두 열한 명의 학생들을 대학 졸업시키셨다. 직장까지 살펴주신 백부 백모님 은혜에 늦게나마 부족한 마음 감사인사 올립니다.  

  

[고영숙 약력] 

*대한문학19호 시 신인상 등단. 대한문학작가상 수상.

*대한문학작가회, 광주문학이사, 한국문협 곡성지부 부회장, 섬진강권문학연대 회원. 

*시 · 수필집 ≪한가한 날의 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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