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어둔 사진첩 꺼내 들춰보면
질부인 나의 신혼여행은 큰댁으로 가고
넓고 큰 집은 소박한 가구들로 장식되어
눈빛 고운 큰어머니 웃음으로 반기시며
허기진 가난이 들짐승처럼 덤빌 때
구남매 장손 며느리로 시어른 모시며
텃밭 같은 시동생들 버팀목 되어 감싸 안고
구남매 자손 낳아 돌담 같은 울 달군 손길
백부님 직장 서울 살이 옮기면서
시골 사는 조카들 줄줄이 끌어 올려
새벽 깨운 치다꺼리 땀방울 적셔내고
눈뜬 세상 졸업시켜 등불 밝힌 임이시여
둥글게 품어온 뭉클한 사랑이
엄한 듯 자애로운 아량 그 공덕에
날개 펼쳐 뼈마디 굵어진 오늘
문득 불러보고 싶은, 잊히지 않는 이름 큰어머니
[시작노트]
그이가 고교 졸업당시 가정 형편이 어려워 꿈도 못 꾼 대학진학
큰아버님 호통으로 큰댁에 짐을 풀고, 아홉 명 사촌과 숙모댁 여동생까지
모두 열한 명의 학생들을 대학 졸업시키셨다. 직장까지 살펴주신 백부 백모님 은혜에 늦게나마 부족한 마음 감사인사 올립니다.
[고영숙 약력]
*대한문학19호 시 신인상 등단. 대한문학작가상 수상.
*대한문학작가회, 광주문학이사, 한국문협 곡성지부 부회장, 섬진강권문학연대 회원.
*시 · 수필집 ≪한가한 날의 독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