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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춘(回春)의 힘 -시인 유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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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23-02-27 14: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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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두고 갈까

두고 가면 누군가 거둬주지 않을까

광야에 버려져도

눈물(雪水) 빗물이 이따금 내려주어

저것들 연명에 지장은 없겠지 

 

나를 향해 두 팔 벌린 앙상한 가지 

제발 나를 버리지 말아주세요

제발 나를 데려가 주세요

 

돌아보면 맘 약해져 말짱 도루묵 될까

흉물스레 누추한 모습 애써 외면하지만

사장니임, 

그냥 가져갈게요, 저네들도 실어주세요

 

양지바른 창가엔 못난이들이 쪼르르

날이면 날마다 햇빛 샤워 즐기더니

비틀린 이파리 연녹색을 되찾고

물오른 가지엔 광택이 반들반들

 

오늘은 회춘(回春)하여 꽃망울도 맺었다네

 

[시작노트]

봄이 다가오고 있다. 봄은 생명이다. 파릇하고 청초한 어린 생명이다.

우리가 살아있는 동안 반복하여 맞이하는 봄, 나이만큼 나의 봄도 나이가 들겠지만 언제나 봄이 되면 사춘기 소년 소녀처럼 가슴 설렌다. 얼마 전 이사준비를 하며 짐이 너무 많아 오래된 화분을 정리하고자 마음을 먹었는데 결국 이삿날 나는 그 볼품없는 화분들을 또다시 챙겨올 수 밖에 없었다. 두고 온다는 것은 그들에게 버려지는 것이기에 내 마음이 편치 않았기 때문이다. 반려동물이란 말이 있듯 식물도 반려식물이란 말도 맞는 말이다. 시간이 지나자 못난이들은 봄이 되었다고 제 할 일을 다한다. 새잎을 내고 꽃망울까지 열고. 너무도 감격스럽고 기특하다. 기적이란 이렇게 소소한 것으로부터 오는 것이 아닐까. 회춘의 힘, 돌아온 봄의 힘이다. 

[유경희 시인 약력]

2016년 <한국시학> 등단. 중앙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중앙대 교육학 석사

문학동인 ‘셋’ 회원, 중앙대문인회 이사, 경기시인협회, 서울시인협회 회원

개인시집 <하룻강아지의 꿈>, 동인시집 <셋1~4집> 2016년 경기시인협회 신인상 수상

前) 중앙대부속중학교 국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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