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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강 강물 소리 -시인 이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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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23-02-20 09: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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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언덕에 붉은 메밀꽃 피어있는 평창강 상류

개천이라 해도 크게 섭섭할 것 없고

강이라 해도 허풍스러울 게 없다

 

강변은 아직 잠에서 깨어나지 않았는데

아담과 하와의 거친 숨소리 같은 

강물 소리 들린다

 

바람 소리 빗소리 천둥소리 

새소리 들고양이 소리

메밀꽃 붉은 숨소리를

용광로처럼 한곳에 집어넣고 녹여낸

저 때 묻지 않은 

강물 소리

 

“처음으로 돌아가라 

처음으로 돌아가라

오륜기의 고리만 빼놓고 

모두 처음으로 돌아가라.” 고 외쳐대는

저 강물 소리를 듣는다.

 

 

 

<시작 노트>

 메밀꽃은 이효석의 소설처럼 ‘소금을 뿌려놓은 듯 하얀 꽃밭’이 정상이다. 그런데 평창강 변에 ‘붉은 메밀꽃밭’이 있다고 하여 친구와 함께 새벽녘에 평창강을 갔다. 

 새벽 평창강에 도착하니, 내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붉은 메밀꽃보다는 원시 상태의 새벽 강이었다. 도시 문명을 거부하고 자연의 원시 상태 그대로이기를 고집하는, 때 묻지 않은 평창강과 그 강물 소리였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휴대전화 하나에 기대어 살아가는 현대인이 한시인들 문명을 거부하고 살아갈 수야 있을까만은, 때로는 벌거벗은 자연과 마주하여, 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원래의 자연 상태로 돌아서서, 자연의 한 개체로 ‘나’를 돌아보는 것도 좋은 일이 아닐까. 

 

 

<이규봉 시인 약력>

충북 제천출생. 2006년 <한국문인> 신인상 등단. 경기시인상, 동남문학상 수상. 대통령 포장 수훈. 시집; “햇살로 짠 바랑”, “울림소리”. 경기시인협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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