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언덕에 붉은 메밀꽃 피어있는 평창강 상류
개천이라 해도 크게 섭섭할 것 없고
강이라 해도 허풍스러울 게 없다
강변은 아직 잠에서 깨어나지 않았는데
아담과 하와의 거친 숨소리 같은
강물 소리 들린다
바람 소리 빗소리 천둥소리
새소리 들고양이 소리
메밀꽃 붉은 숨소리를
용광로처럼 한곳에 집어넣고 녹여낸
저 때 묻지 않은
강물 소리
“처음으로 돌아가라
처음으로 돌아가라
오륜기의 고리만 빼놓고
모두 처음으로 돌아가라.” 고 외쳐대는
저 강물 소리를 듣는다.
<시작 노트>
메밀꽃은 이효석의 소설처럼 ‘소금을 뿌려놓은 듯 하얀 꽃밭’이 정상이다. 그런데 평창강 변에 ‘붉은 메밀꽃밭’이 있다고 하여 친구와 함께 새벽녘에 평창강을 갔다.
새벽 평창강에 도착하니, 내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붉은 메밀꽃보다는 원시 상태의 새벽 강이었다. 도시 문명을 거부하고 자연의 원시 상태 그대로이기를 고집하는, 때 묻지 않은 평창강과 그 강물 소리였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휴대전화 하나에 기대어 살아가는 현대인이 한시인들 문명을 거부하고 살아갈 수야 있을까만은, 때로는 벌거벗은 자연과 마주하여, 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원래의 자연 상태로 돌아서서, 자연의 한 개체로 ‘나’를 돌아보는 것도 좋은 일이 아닐까.
<이규봉 시인 약력>
충북 제천출생. 2006년 <한국문인> 신인상 등단. 경기시인상, 동남문학상 수상. 대통령 포장 수훈. 시집; “햇살로 짠 바랑”, “울림소리”. 경기시인협회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