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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기도 -시인 임하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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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23-02-20 09: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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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기도는

어둠을 묶는 신실한 열심과

끈기 있는 펌프질로

얘야 너는 수그러들지 말아라

함부로 뛰어내리지 말아라

팔랑 바람의 간사한 유혹을 떨구어 내 거라


땅속에 빛 구멍을 내어

밀도를 진동 시키는 촉수로

우주는 전율하며 항복할 때

지경을 주소서 간절했다


다른 잎 하나가

주둥아리 하늘 향해 해발쪽해발쪽 벌리고

향수를 덧칠하고 요염할 테지

어느새

제 살을 바싹 말려 깃털 된 잎새는

젖가슴 내밀듯 유충을 덮었지


신실함과 진실이 꽉 찬 단풍 길

고통의 깊이를 이미 알고 엎드려 있는 듯

마지막이 더 아름다웠어


빛줄기 튕겨 나오도록 꾹꾹 밟으면

땅속 촉수는 바빠지고

발바닥을 따라가던 가을 향기가

봄을 미치도록 사모하게 한다

 

 

[시작노트]

매서운 한파에 실낱같은 가지 끝에 용기를 주던 것은 여린 잎의 응원이었을 겁니다 

땅속 온기를 어미의 젖가슴처럼  품은 듯 따뜻한 마음으로 다독일 테니 한파는 바닥에서 얼음이 되겠지요. 꽃보다 화려하지도 너무 평범하여  누군들 알아주지 않지만 하늘의 은총을 구하는 기도가 간절하여 새싹은 자주 합장한 모습으로 나오지요. 가지 끝이 아직 떨고 있네요. 

봄이 오면 합장한 여린 잎에 내 손도 잠시 합장할 것입니다


 

[ 임하초 ]

고향은 세종시 양화리. 월간 ‘한국수필’로 수필등단(2011) ‘월간시’ 제9회 추천시인상으로 시 등단(2016) 시집: ⌜영혼까지 따뜻한 하늘 우러러보다⌟. ⌜나는 시소를 타고 있다⌟

‘월간시’재정 ‘올해의 시인상’수상(2018), 서울시인협회 시문학회 회장역임. 현재 서울시인협회 사무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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