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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에 피는 꽃, 바람꽃이여 -시인 김병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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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23-02-20 08:5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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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인 줄 

내가 뻔히 알면서

화조풍월(花鳥風月) 찾아

於焉 六十 年

 

그래도 여전히

나는 바람처럼

살고 싶다네

 

돛이야 바람 부는 대로

달아 놓고

바람 부는 대로

정처 없이 가고 싶다네

 

저 푸르디푸른

무욕(無慾)의 하늘을

낮달처럼 맨발로 건너가는 

 

어쩌면 내 영혼은

눈부시게 희디흰

한 척 돛단배

불계지주(不繫之舟)여

 

예나 이제나

세상에 바람처럼 산다는 것

그처럼 허무한 일도 없다지만

 

세상에 바람처럼 산다는 것

그처럼 신명(神明)나는 일도 없다네

 

바람처럼 

내 안에 피었다가

바람처럼 

내 안에서 지고 마는 꽃

 

바람꽃아

내 영혼(靈魂)의 꽃아

 

그래 바람인 줄

내가 뻔히 알면서

 

내 안에서 피었다

내 안에서 지고 마는

허무(虛無)의 꽃아

 

내 영혼의 꽃을 찾아

바람처럼 살고 싶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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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작노트>

 자유분방하게 살아가고자 하는 순수함을 표현. “돛이야 바람 부는 대로 달아놓고 바람 부는 대로 흘러가는 대로 살아가는 게” 신명나는 일이 아닐까? 

 무욕(無慾)을 전제로 하는 삶, 그러기에 푸르디푸른 무욕(無慾)의 하늘을 낮달처럼 맨발로 건너가는 그 영혼은 눈부시게 희디흰 한 척 돛단배 불계지주(不繫之舟)라고 비유하여 보았다. 

 바람꽃은 내면에서 바람처럼 피었다가 바람처럼 지고 말기에 그것은 ‘허무의 꽃’이지만, 그런 줄 알면서도 허무의 꽃, 영혼의 꽃을 찾아 다시 바람처럼 살아가고자 하는 것은 긍정적인 안목으로 인식한다면, 그것은 하나의 ‘생각의 흐름’이요, ‘도전의 욕망’이며, 포기하지 않고 다가올 앞날에 대한 새로운 도전을 하는 일이면서 하나의 기다림인 것이다. 물질주의가 팽배한 현대에 이 시에서 표출한 지족불욕(知足不辱) 지지불태(知止不殆)의 정신은 노자의 무욕(無慾) 정신과 장자의 소요유(逍遙遊) 정신으로 흘러가는 대로 비람 부는 대로 자연스럽게 살아가려는 인생관을 표현하고자 함.

 

 

<김병렬 시인 약력>

2006년 [한국시] 신인상 등단.시집 ‘바람 가는 길’ ‘바람꽃, 그리고 나’ 등 다수. 조지훈문학상, 한하운문학상, 한국창작문학대상 등 다수 수상. 한국문협, 국제pen한국본부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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