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세난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전세가격이 떨어지면서 아파트를 팔아도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소위 ‘깡통아파트’가 지방을 중심으로 속출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1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최근 전세시장 상황 및 관련 영향 점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2월 거래된 아파트 중 전세가격이 2년 전보다 하락한 비중은 52%를 기록했다. 2017년에는 비중이 20.7%에 머물렀으나 지난해 39.2%에 이어 올해 초 절반 이상으로 급증했다.
특히 지방의 전세가격이 급락했다. 지방 전세 아파트 중 가격이 하락한 곳 비중은 2017년만 해도 35.8%였으나 지난해 50.8%로 높아지더니 올해 1~2월에는 60.3%까지 급증했다. 서울 아파트 중에서는 지난해 16.7%, 올해 1~2월에는 28.1%가 전세가격이 하락했다.
한은은 앞으로 전세가격이 10% 하락할 경우 금융자산 처분과 금융기관 차입으로도 보증금 관련 부채를 반환하기 어려운 아파트가 전국적으로 3만2000가구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들은 금융기관 기존 부채 등을 고려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적용 시 추가 금융기관 대출이 불가능한 가구다. 전체 주택 임대가구 211만가구(작년 3월 말 기준)의 1.5%에 해당한다.
지난해 6월 한은이 내놓은 분석과 비교해보면 임대인의 전세보증금 반환 능력이 떨어진 것이다. 당시에는 전세가격이 20% 하락(외환위기 수준)하더라도 금융자산 등으로 전세보증금 반환이 어려운 7.1%도 추가 신용대출 등으로 전세보증금 감소분 마련이 가능한 것으로 파악됐으나 8개월 만에 상황이 크게 악화된 것이다.
하지만 서울의 경우는 아직 크게 우려할 상황이 아니다. 강남3구의 경우 전세수요가 줄어들며 전세가가 빠지고 전세시장이 위축된 건 맞지만 임대인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다거나 집주인이 '깡통주택'을 우려할 만할 상황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구 역삼동 B공인중개소 대표는 "24평의 경우 매매가가 13억2000만원인데 전세가는 7억5000만원이라 갭 차이가 5억이나 된다"며 "전세 1억 떨어진다고 해서 집을 포기하거나 그렇진 않고 1억 정도는 구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은 변성식 금융안정국 안정총괄팀장은 “그간 집값이 뛰어 집주인의 자산 대비 부채 비율이 26.5%로 낮은 데다 집값 하락이 상대적으로 보증금 규모가 적은 아파트에서 일어나 금융리스크로 확대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다만 전셋값이 큰 폭으로 하락한 지역이나 임대 주택 등을 중심으로 보증금 반환 관련 리스크가 커질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최원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