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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강가에서 봄을 만나다 -시인 임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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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23-01-28 20: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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冬至 흘러간 겨울강가에서 바라보면

산간마을 나무들 눈빛이 따스하다

풀뿌리 적시는 연녹색 물소리 들린다

 

하루하루 낮이 길어지면서

보리들이 푸르게 얼굴을 들고

냉이, 씀바귀, 달래들은 귀엣말을 나눈다

 

숲속을 나온 작은 멧새들

여기로 저기로 나비처럼 날며

은방울 흔든다, 콧노래 부른다

 

농부는 식솔들과 도란도란

잘 생긴 씨앗들을 고르며

흙이 살찌는 내일을 가슴에 품는다

 

小寒, 大寒 강 건너에 있지만

언 땅 속에서도 새싹들이 움트듯

새 생명들이 산천초목에서 꿈틀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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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을 남기고 떠나가는 세월 곁에서

의식의 영혼 靑靑히 일깨워준

유정한 겨울이여, 고맙다

 

한때 北塞風으로 시름 깊었으나

봄날의 부활을 위하여

뒤돌아서서 붉은 눈물 씻었다

 

雪原 맨 처음 걸어온 발자국 돌아보면

오늘 출발이 더욱 새롭다, 경건하다

잉태한 꿈 탄생을 위하여 가는 길 아름답다

 

긴 어둠 끝에서 뜨겁게 떠오른 새해 아침,

황소 앞세우고 들녘으로 나가는 농부들의 발걸음

힘차다, 바람도 싱그럽다, 까치들이 따라간다.

 

[시작 노트]

 밤이 가장 긴 冬至가 지나면 그때부터 봄은 시작된다. 

 대설, 폭설이 내린 겨울이지만, 언 땅 속에서는 봄맞이 채비를 하는 생명들이 꿈틀거린다. 그 조용한 소리가 들린다. 겨울 강가에서 나무처럼 기다리면 강 건너에서 봄이 오는 모습이 보인다. 연둣빛이다. 

 

 〔임병호 시인 약력〕

 수원 출생. 경기일보 문화부장, 논설위원(1988 ~ 2014). 시집 『幻生』 (1975), 『강』 (2022) 등 25권. 경기도 인간상록수상 문학부문, 제1회 수원시문화상 예술부문, 제1회 올해의 경기문학인상, 제1회 한국문인상, 제2회 세계평화문화대상. 제21회 한국문학비평가협회상, 제3회 한국시원시문학상 대상, 제1회 백봉문학상 등 수상. 

 한국경기시인협회 이사장. <4인시> 동인. 시문예지 《한국시학》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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