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어느덧 저녁노을
온온사 툇마루에 홀로 누워
왼쪽 담장엔 대나무숲
자하(紫霞)선생 생각하고
오른쪽 담장엔 소나무숲
추사(秋史)선생 생각한다
대나무숲에는 물까치들
소나무숲에는 산까치들
마당에는 산까치 물까치 어울려
온온사는 마냥 온온해
<시작노트>
온온사(穩穩舍)는 과천의 옛 객사(客舍)이다. 정조(正祖) 대왕께서 1790년 2월 11일수원 능행에서 오시다 하룻밤 주무시고 훈훈한 객사가 되라는 뜻으로 <穩穩舍>라는 어필을 주셔 지금도 걸려있다. 이곳은 옛부터 삼남(三南)의 선비들이 과거(科擧)를 보러 오가며 하룻밤 머무는 곳이었다. 한양이 무서우니 과천부터 긴다는 얘기도 이 근처 남태령에서 나왔다. 나는 2022년 10월에 과천으로 이사와 우리 동네 온온사를 틈날 때마다 들러 툇마루에 누워 시도 쓰고 노래도 흥얼거린다. 17년 선후배인 자하 신위(1769-1847)선생과 추사 김정희(1786-1856)선생의 교류를 ‘관악산 자추지교(紫秋之交)란 시로 쓴 바 있다(<최종고 시선집>, 와이겔리, 2020, 218쪽). 관악산을 사이에 두고 남자하동(과천)과 북자하동(신림동)을 오가며 이루었던 교류가 <丹霞詩境>이란 추사 친필의 명문(銘文)로 새겨져 있기도 하다. 나는 이런 ’시경‘에 살게된 것이 한없이 감사하고 나름대로의 시심(詩心)을 키우며 살고 있다. 언젠가는 이런 분위기를 나타낸 시들을 모아 시집으로 낼까 생각한다.
<최종고 시인 약력>
2015년 <서정시학> 등단, 서울대 법대 교수(1981-2013) 현재 명예교수, 한국인물전기학회장, 한국펄벅연구회장, 유기천재단 이사장, 국제PEN한국본부 이사, 삼일문화상(2012), 경기PEN문학상(2023) 등; <괴테와 다산, 통하다>, <한국을 사랑한 세계작가들> I,II,III, <세계문학 속의 한국전쟁> 등 저서 다수, <최종고 시선집> 등 시집 10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