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하놈 어하놈 어가리 넘자 어하놈
이 세상에서 마지막 호흡을
한숨처럼 길게 내 쉬면
아들아 서편제가 촬영된
청산도에 굳이 가지 않더라도
할머니 무덤 아래 초옥 속에 나를 묻어다오
햇살에 그을리고 눈비에 녹고 바람에 삭더라도
독수리의 날카로운 부리에
내 쓸쓸한 주검이 갈기갈기 찢어지더라도
휴대폰도 땅문서도 집문서도 필요 없고
첫 시집 한권과 네 엄마 사진 한 장만
내 곁에 놓아 주렴
자본주의의 냉기에 식을 대로 식고
빈부격차에 오거라든 관절만
오도독 펴서 던져다오
서운하고 슬픈 건 잠깐이다
네 몸속에 내가 있고 네 엄마 들어 있으니
절대로 눈물 흘리거나 서러워하지 마라!
<시작노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해가 바뀌어도 끝날 줄 모른다. 오히려 새해 첫날 미사일 공격이 더 거셌다. 서푼어치 영토 확장을 위한, 약소국에 대한 강대국의 피도 눈물도 없는, 무자비한 공격! 그로 인한 수많은 사람들의 허무한 죽음과 거의 파탄에 가까운 세계 경제의 추락, 참 안타깝고 비정한 현실이다. 그래서 현대의 글쓰기는 좀 더 따뜻하고 민초들의 상처를 보듬어주고, 아픔을 치유해 줄 수 있는 글쓰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단지 허무맹랑한 언어나 비시어의 나열이 아닌, 품격 있고 독자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시적인 표현과 비유와 상징이 살아 있느 표현이어야 할 것이다.
<강달수 시인 약력>
1997년 《심상》 등단. 사)부산시인협회 부이사장, 국제펜부산지역 부회장 역임.
김민부문학상 운영위원장, 을숙도문학회장. 부산광역시의회 간행물편찬위원장
한용운 문학상, 김만중 문학상, 전국 꽃문학상, 부산광역시인협회상 수상.
시집:『라스팔마스의 푸른 태양』 『몰디브로 간 푸른 낙타』
『달항아리의 푸른 눈동자』 『쇠박새의 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