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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유도원도 -시인 임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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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23-01-12 09: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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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무너지는 날이 있었네.

두 손이 닳도록 기도했네.

원망하는 마음도 분노하는 마음도

참회해야 한다던 그 말씀조차도

거역하고 싶은 날이 있었네.

돌아오는 길, 보름달이 떠 있었네.

주변은 천천히 달무리 지고

어둠 속에서도 구름은

하늘을 화폭 삼아 그림을 그리고 있었네.

구름 붓이 지나가면서

몽유도원도 수묵으로 펼쳐놓고

여백 사이로 조용히 사라졌네.

모든 것들은 우주의 이치 속에서

하나로 연결되어 흐르고 있었네.

여름날 태양처럼 치열했던 날들조차

무상(無常)할 뿐이었네.

이 세상 끝나는 그날까지 기도하네.

사랑하는 사람의 안위를 지켜주시옵소서.

 

[시작노트]

 사는 일이 쉽지 않다. 나이가 먹으면 저절로 어른이 되는 줄 알았던 때가 있었다. 이제는 아니다. 사람은 나이가 먹으면서 계속 성장해가는 것이다. 성장한다는 것은 계단을 오르듯이 천천히 느리게 올라서는 일이다. 

“하늘이 무너지는 날”을 겪지 않고 세상을 살아갈 수 있다면 감사할 일이다. “모든 것들은 우주의 이치 속”에 세상과 하나로 연결된다. 사는 일이 꿈처럼 아름답기를 기도하지만, 때론 가슴을 비수로 찌르는 일처럼 힘겨울 때가 있다. 

 

[임미리 시인 약력]

2008년 《현대수필》, 《열린시학》으로 등단

시집:『물고기자리』, 『엄마의 재봉틀』, 『그대도 내겐 바람이다』, 『물 위의 집』

수필집: 『천배의 바람을 품다』, 『나는 괜찮습니다 당신도 괜찮습니다』, 『동주와 주례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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