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바지가 해지고 구겨지는 줄 몰랐다
내 걸음마 한 소절이 내딛는 숲길은 흙길이고 달밤에 이 빛 한걸음은 익살이 어우러진 소박한 꿈 아닌가
더는 오를 수 없는 정상의 줄 위에서 찬사를 누린 어릿광대처럼 쓸쓸히 무너지는데
‘제스처에 색을 입혀야 해요’
추상에 메시지를 입힌
희미해진 소묘처럼
도로시 청바지를
챙겨 입은 나,
점점 무대 너머로 내가 오르고 무대가 멜빵을 동여매고 있다
<시작노트>
지금껏 광대의 삶으로 대변되는 그 어떤 힘든 과정에도 불구하고 웃음만은 잃지 않고 본분을 지키며 살아온 자기 삶을 다시금 화자는 통렬히 통찰하고 있다. 즉, 자아실현을 향한 문제 제기와 자기반성 혹은 자각으로써 “제스처에 (새로운) 색을 입혀야 해요”를 통하여, 그 문제 해결 방도로 제시된 “도로시 청바지를 / (새롭게) 챙겨 입은 나”의 모습을 여지없이 보여준다. 이로써 좀처럼 종잡을 수 없는 회색빛 인생에서 새로운 삶의 도전에 대한 광대로서의 화자인 내가 무대에서 “멜빵을 (단단히) 동여매고 있”는 그것으로 심기일전하여 재무장하고, 광대 인생의 터닝 포인트를 여실히 담아낸다.
[이종근 시인 약력]
《미네르바》등단.『서울시(詩)-모두의시집(한국시인협회)』,『문예바다-공모시당선작품(제1집)』,『수원시민창작시공모(수원문화재단)』등 문집 참여.《서귀포문학작품공모전》,《박종철문학상》등 수상. <천안문화재단문화예술창작지원금> 수혜. 시집『광대, 청바지를 입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