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자락에 매달린 분침이
서러운 종장을 알린다
엄니가 품어 병아리를 돌보듯
빨간 사랑니가
위태롭게 흔들린다
농염한 가을 여인의 가슴이
스산한 바람에 폭발 직전이다
가지에서 떨어지는 날
우리의 사랑
세월 속에 단맛을 남긴 채
흔적도 없이 소멸 되고
언젠가 잊어질 붉은 추억
계절의 낙엽을 타고
을씨년스럽게 저물고 있다
[시작노트]
찬바람이 부는 스산한 가을 날 감나무에 매달린 홍시 감을 보면서
누군가에게 단맛을 선사하고 소멸될 존재가 어쩌면 우리네 인생과 같다는 생각을 가져 보았다. 추억을 간직한 채 어디론가 떠날 채비를 하는 생명의 존재가 한시적으로 매달려 있는 홍시에 매치되어 시적으로 형상화 된 작품으로서 소멸과 생성의 존재를 부각 시켜본다.
[유병기 시인 약력]
1997년 천리안 문단 시와 수필 등단, 부산시인협회 우수상, 부산문인협회 대상 수상, 부산시인협회 사무국장 및 부이사장 역임, 부산문인협회 상임이사 역임 및 협회장 출마(2022년), 한국문인협회 회원, 글로벌 문예대학(시인배출) 운영, 시집 [뿌리 깊은 나무] 외 9권, 수필집 [설거지하는 남자]외 7권 상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