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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한겨울, 춘향(春香)이 나와라 오버! -시인 유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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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22-12-18 18: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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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장만 남아 훨썩 가벼워진 달력

상처입은 도시에도 스멀스멀 성탄절 트리가 등장하고 

지나던 초로(初老) 여인네는 

리드미칼 비트박스 알전구들 합창에 최면이 걸린 듯 

설렘 안은 사춘기 시절 대열 따라 삼삼오오 

새벽송 부르던 추억에 젖을 때쯤

 

서글프구나

차가운 공기 후두둑 몸서리 한 번에 놓친 넋 추스르고 

 

찬 겨울 원피스 한 장에 얇은 코트 두르고 

한강대교 흑석에서 용산까지 의미 없는 왕복에 

몸도 마음도 시리지 않았었다

추억의 시간엔 혹한(酷寒)도 혹서(酷暑)도 없다

그저 내 사랑 봄내, 春香만 있을 뿐

 

여기는 한겨울 지금은 한겨울,

봄내 나와라 오버, 春香이 나와라 오버!

 

  

<시작노트>

 몸도 마음도 얼어붙은 겨울의 절정, 길거리 성탄 트리를 매개로 잠시 소녀적 감성에 젖은 初老의 여인 모습을 통해 청춘의 어느 날을 수채화처럼 그려보았다. 누구나 한 번쯤 비슷한 경험이 있을 테고, 지난 날 무모한 경험까지 추억의 場으로 넘어가면 아픔도 아름다움이 되어 그립지만 감성으로의 여행도 잠시. 현실로 귀환하면 그저 춥다. 몸도 마음도 결국엔 추위로 경직되고 많이 춥다. 그래서 따뜻한 봄이 빨리 오기를 기다린다. 봄내음, 봄내.... 春香이를 찾게 된다. 이몽룡만의 춘향이가 아니라 나이든 우리는 춘향이가 절실하다. “여기는 한겨울 여기는 한겨울, 봄내 나와라 오버, 춘향이 나와라 오버!” 

 

  

[유경희 시인 약력]

2016년 <한국시학> 신인상 등단.

시집 <하룻강아지의 꿈>, 동인시집 <셋>1~4집.

2016년 경기시인협회 신인상 수상. 前) 중앙대부속중학교 국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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