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 지는
석양이
세모의 가슴을 붉게 적신다
스며드는
저녁 햇살
혈관 타고 뜨겁게 흐르는데
세월 갈수록
더욱 짙푸른
한 삶이여, 사랑이여.
생각하면
용서받을 말,
뉘우쳐지는 일 왜 이리 많은가
서러웠던 인연,
그 이름도
오늘 모두 먼저 보내고
강물처럼
찾아오는 풀빛
그리움에 젖어 살려네
구름으로, 바람으로
오작교 건너는
은하수 물결로
언제 어디서
다시 만날 수 있으리,
안녕히 가시라.
그날을 바라보며
세모의 언덕에서
별빛을 부르면
올 한 해도
그대와 살았으므로
행복하였다.
꿈길, 들길
강변길 동행한
아름다운 추억
때로 자갈길,
진흙길도 걸었으나
즐거웠다.
나의 삶이
지금도
늘 푸르고 따뜻한 연유는
일월처럼
가슴 밝혀주는
그대가 계심이나니
내일 또
새날 아침이 열린다,
백설이 내린다.
<시작 노트>
지난 봄, 심장혈관을 수술하는 등 별일을 겪었지만 그래도 한 해를 잘 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삶이 고맙다.
세모를 지내면서 걸어온 길 뒤돌아보면 뉘우쳐지는 일도 적지 않다.
다시 새해를 맞이하면 사랑하는 사람들과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희망이 생긴다.
〔임병호 시인 약력〕
경기 수원 출생. 시집 『환생』 (1975), 『강』 (2022) 등 25권. 현재 한국경기시인협회 이사장. 한국문인협회 · 국제PEN 한국본부 · 한국문학비평가협회 자문위원. 《한국시학》 발행인. 4인시 동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