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치는 오색 꿈과 이별한 지도 오래네.
그런데도 석류 한 조각처럼
빨갛게 농익고 싶은 여운 한 소절,
아직도 색 바랜 가슴에서
떠나지 못하고 있는 이 리듬은
때론 우수수 떨어지는 내 넋을 달래기도 하나
무시로 허망의 옷자락을 너풀거려
잊었던 티끌들도 풀풀 날라 와
내 성글은 겨울 문을 먼저 들어서느니
아, 깃털처럼 가볍고 신선한 겨울 여백을
나는 꼭 찾아야 하네.
윙윙 희푸른 바람 겨울 역 종점에서
서릿발 찬, 빈 의자에 앉은
따스한 차 한 잔에 녹아들 사람들을
경전처럼 넉넉히 사랑할 여백을 가져야 하네.
[시작노트]
한 생을 살며 무엇을 위해 집중했는지 무지개다리도 건널 듯 말 듯 흔들리는 일상.
멀리 와서 뒤돌아보니 모두 자랑스럽기보단 꼭 해야 할 것을 놓치고 있다는 부끄러움에 이젠 더 바랄 것 없이 예수님의 사랑의 실천을 조금이라도 본받아 마음과 몸이 춥고 허약한 노약자들을 특별히 따스하게 돌아보는 사랑의 손발이 되길 스스로에게 주문하는 것이다.
[조덕혜 시인 약력]
1996년 월간문학공간신인상 조병화시인추천 *시집 『비밀한 고독』 외 공저 다수
월간문학공간본상, 세계문화예술대상, 한국문학비평가협회상, 경기도문학상본상,
국제펜한국본부 이사, 국제펜 경기지역위원회 부회장, 한국문화예술연대 부이사장,
한국문학비평가협회 부회장, 한국현대시인협회 이사, 서울시인협회 이사
한국경기시인협회 이사, 수지문학회 부회장, 셋 동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