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내 마음속
내 마음속 고향집에선
밝은 햇살 비쳐들고
난롯불은 나를 감싸주누나
날은 춥고 어두워도
내 맘의 거리엔
낙엽처럼 슬픈 고독이 켜켜이 서렸어도
마을에선 마른 수숫대 흔들며 머언 종소리,
사랑과 그리움의 종소리 울려오느니
성탄목 불빛처럼 아름다운 불 밝히고
동화처럼 용맹한 용사가
거친 벌판 헤치며 가누나
깊은 내 마음속
내 마음속 고향집에선
그림책 이야기처럼 환하고
가슴 따뜻한 날들이
고마운 오색 물무늬 되어
밀려오누나
(시작 노트)
그리 먼 곳에 있지 않은, 정지용이 그리던 갈 수 없는 고향도 아닌데 잘 가지 못하는 연유는 무엇일까. 하여 마음속으로나마 고향을 그리기로 한다. 그 고향이 큰 도시에 속하나 초등 3학년 후 시내로 전학하기 전까지 지금도 그렇지만 영산강을 낀 넓은 평야를 가진 마을이었음에 감사해한다. 어렵고 힘든 삶의 현실 속에서 늘 아르케(arche)의 힘으로 작용하는 고향의 모습, 이는 윤동주가 노래하던 ‘또 다른 고향’으로 이어지는 것이리라.
[노유섭 시인 약력]
서울대 국어과ㆍ경영학과ㆍ동 대학원 경영학과 졸업. <우리문학>(1990)으로 등단. 시집 『꽃배추를 아시나요』외 10권, 소설집 『원숭이의 슬픔』. 작시 가곡ㆍ찬송가 ‘능소화 사랑’ ‘풀잎이 한 말’ 외 160여 곡. 현대시인상, 계간문예문학상, 기독교문학상, 문학비평가협회상, 작가연대 작가상 등 수상. 국제PEN한국본부 자문위원, 현대시인협회 부이사장ㆍ관악문인협회 회장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