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오동 속을 비워
천년 묵은 둥치가
울음 한 가락 뽑고
빗장 가로질러
뼛속에 가두어 둔
말 한마디
무현금 안족에 앉는 밤
그대 어디로 가고 있는가
오리나무 속잎 물고
생인손 아리는 그믐달이 내려와
찻물에 뜬다
자욱한 소리무늬
하얀 뼈마디에 녹는
사랑 외진 길
[시작 노트]
그리움 없는 길이 어디 있으며 그리움 없이 사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금호지 물안개는 솜털처럼 엷게 피어나고 시베리아 벌판에서 기러기 떼 날아온다.
바람이 일렁일 때면 새 떼들 앉았다 일어나는 것처럼 오동잎 후루루 지고 있다.
누가 지우겠는가. 고향에서 흘러오는 깊은 물빛을 끝임이 고운 노래 소리를.
<도경회 시인 약력>
2002년 계간《시의 나라》 신인상 등단.<셋>동인
시집으로 『노래의 빛』 『외나 무다리 저편』 『말을 걸었다』 『데카브리스트의 편지』 등.
현) 진주보건대학교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