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아
하늘이 꺼지고 땅이 솟아난 듯
이 참담한 마음을 어찌 말이나 글로 표현할 수 있을까
무엇을 보러 그곳에 갔더냐
핼러윈의 유래由來를 알기나 하였더냐
마스크 삼년에서 벗어난 해방감으로
순진한 호기심과 광고에 떠밀렸더냐
이 세상 마지막 날이 될 줄 그 누가 상상이나 했겠느냐
새로운 볼거리와 흥겨움은 원 없이 즐겼느냐
숨 막히는 그 순간 누구 얼굴이 떠오르더냐
아이들아
너희가 꿈꾸던 세계가 어떤 곳이었더냐
즐겁게 꿈과 능력을 마음껏 펼쳐 보일 곳 아니었더냐
이제 너희들이 이루려던 꿈 우리들의 몫이 되었구나
이 단장斷腸의 아픔을 성취의 기쁨으로 승화시키리니
모든 근심걱정 떨쳐버리고 영원한 안식에 들거라
[시작노트]
2022년 10월 29일 핼러윈을 기념하는 자발적인 이태원축제에서
결코 있을 수 없고 일어나서도 안 될 사고로 숨진 아이들의 넋을 기리며…
[홍경자 시인 약력]
• 2009년 월간<순수문학>으로 등단.
• 이화여자대학교동창문인회 감사, 국제PEN한국본부이사, 한국여성문학인협회이사
• 제26회 순수문학 대상 수상, 2021년 한국PEN문학상 시 부문 우수상 수상.
• 시집 : 『사과껍질』 『풀꽃꿈길』 『내 삶에는 울림이 있는가』 외 5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