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은 죽어도
사진은 죽지 않는다
기억은 가물거려도
사진은 부동의 시간을 간직한다
사진 속의 정지된 표정들
사진 밖으로 걸어 나와
오래된
비망록 하나 건네주고
빛들의 퇴적층
시간의 원시림 속으로
다시 돌아가 눕는다
[시작노트] <사진>은 매년 육남매가 고향에 모여서 김장을 하는데, 바로 아래 여동생이 하얀 드레스를 입은 신부가 추위에 덜덜 떨면서 웨딩 사진을 찍는 모습을 보았다는 것입니다. 그 순간 모델과 사진이 평생의 추억을 공유하는 시상이 떠올라 곧바로 카톡에 저장하였습니다. 사진에 담긴 사연이 빛들의 퇴적층, 시간의 원시림에서 곧바로 건져 올린 은빛 찬란한 풍성한 먹거리임을 이번 추석 명절에도 다시 한 번 생생하게 느꼈습니다.
[이홍기 시인 약력]
2021년 《한국시학》으로 등단
2022년 첫 시집 『가시나무 새가 깃들다』(문학과사람) 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