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전리 마을 가서 바람을 배경으로 한 장 사진을 찍네. 바람은 지난 겨울 마른 망개나무와 함께 있네. 망개나무는 벌써 겨울 빛으로 천전리 마을 높게 떠 있고 사진을 찍네. 정신을 차려서 찍는 번쩍 한 장의 사진.
천전리 마을은 사진 찍기 좋은 곳이네. 들판에는 지난 겨울의 엉겅퀴들이 쩍어 봐, 찍어 봐, 배경으로 앉아 있네. 햇빛 맑고 사진발 좋은 천전리 마을, 마음을 가다듬고 번쩍 한 번의 사진.
<시작노트>
존재된 생명성이 세상에 잠시 인식 되었다가 소멸되는 현실을 기술해 보았다. “천천리”는 현실의 어느 공간일 것이며 ‘한 장의 사진’은 시간성을 전달시키는 매체일 것이다. 허나 이승의 한 번 삶 속에는 마음을 다하여 존재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조의홍 시인 약력>
- 1980년 심상 등단
- 부산 시인협회장 역임
- 저서 : 꿈 · 2408(시집) 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