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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소화 곁에서 -시인 김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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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22-08-22 16: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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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는 사람 대신 장마가 왔다

박절한 기별인 양 태풍이 섞이며

젖어든 칠월의 사나흘 동안

밤낮으로 통곡하던 주황색 빗줄기를

애절하게 흐드러진 담장에서

잠 없는 능소화가 받아먹었다

오늘은 새벽부터 비가 그쳤는데도

꽃잎은 애원같이 여태 처연하다

만나지 말아야 할 사람도 만나는데

만나야 할 사람이라면 만나야지

기다리느라 피고 지는 이 꽃처럼

인연에 대한 열망만 여러해살이면

탈이다

 

 

<시작 노트>

나이가 들어도 사람이 그립다. 언젠가는 만나리라 믿으며, 사는 세월이 때때로 벅차다. 사시사철 한결같으나, 유독 여름이 힘들다. 그리움은 땀띠처럼 온몸에 돋는데, 비라도 내리면 그래도 숨을 쉰다. 사람들은 누구나 다, 그리움 하나쯤은 안고 살까 싶다. 아내가 꽃을 좋아해 화분이 백 개라서, 아파트에는 못 산다. 사는 집 담장에 수령모를 능소화나무가, 해마다 그리움같이 꽃을 피워 곱다. 꽃그늘에 앉아 차를 마시며, 인연에 대한 열망을 생각 한다. 근처에 숲이 있어 매미가 여름을 운다.

 

 

[김인권 시인 약력]

경남 하동 출생. <창조문학> 신인상 등단. 부산시인협회, 국제pen한국본부 회원. 시집으로 “그 때” “슬픈 사람” “돌아가는 길” “하정” “능소화 곁에서” “딜래마”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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