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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애의 첫 출근 -시인 조남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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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22-08-22 16: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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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무에 피 묻혀

한 땀 한 땀 깁은 어미의 마음 입고

나비인 양 팔랑이며 저만치 가고 있는

딸애의 첫 출근은 봄빛

 

한 생의 사무치던 일들

매미 허물 벗듯 벗어놓고

첫 날개 짓 하듯

비눗방울 날듯 가고 있는

딸애의 첫 출근

 

뒷모습은

뉘우칠 일 하나 없는 봄빛

저 봄빛이

나를 봄으로 물들게 했다

 

 - 시작 노트 -

 딸애의 첫 출근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여인의 이야기를 빌어 60여년 전 내 첫 출근을 불러낸다. 불확실한 미래를 향해 출발하는 첫 발자국에 나도 축하와 박수를 더한다. 딸애의 첫 출근 뒷모습을 바라보며 합장한 손으로 직장의 튼실한 울타리를 드리우는 당신의 마음이 보입니다. 저 발자국이 향기로 뿌리를 내릴 때까지 우리 어머니가 그랬듯 합장한 손 풀지 못하리.

 

 

[조남훈 시인 약력]

 충북 음성 출생. 62년 충청일보 시 발표 등단. 64년 <잉여촌> 창간 동인.

시집; “지적도에도 없는 섬 하나”“숲에는 문이 없다”외 다수.

창릉문학상, 남도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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