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십 년, 곰삭은 돌탑이 산기를 보인다 비좁은
씨방에서 싹틔운 씨앗 고개 들고 자궁을 빠져 나온다
깨알같이 쏟아지는 밀서 꿈 많던 학창시절 사춘기 앓다
밤새워 긁적거린 낙서 초경에 쩔쩔매며 적어놓은 일기장
그리움과 외로움의 조각조각 퍼즐 맞추어
재봉틀에 박아 다리미로 곱게 다린다
탑 속에 밀봉해 두었던 소망 늘그막에 다시 태어나
내 이름 석 자를 뜯어 먹는다
<시작노트>
굳이 험난한 길을 왜 걷니? 누군가가 그랬다. 시를 왜 쓰냐고...
시는, 마음을 마음대로 움직이게 하는 마약 같은 것. 내가 시를 굴리고, 시가 나를 다스릴 때
험한 길도 꽃길이라 생각하며 언어의 목덜미 끌어안고 자판기 두드린다.
자판기가 톡톡 손가락을 친다. 시는 이런 것이야!
<김경언 시인 약력>
2004년 <아동문예> 동시 신인상 등단. 2014년: 월간 문학공간 시 신인상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 부산시인협회 회원, 수영문인협회원
가산문학상, 수영문학상, 수상. 시집: “도시의 여자”, “뜨거운 그 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