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행복하기 위해 일 년을 참았습니다
365일
그 어느 하루도 소리 내어 웃어 본 적 없습니다
벌 나비 윙윙거리는 봄이 오면
향기 더욱 감추었습니다
그대를 만나는 날
환한 꽃으로 피어날 거라고
그대를 만나면
새벽마다 이슬에 씻고 씻어 정제된 향기
쌓아둔 나의 향기로 세상 가득 채울 거라고
오늘은
그대가 내게로 오신 날
일 년 열두 달을 꼭꼭 여미기만 했던
텅 빈 이 가슴속에서는
지금, 오색 무지개 피었습니다
그대와 내가 함께 있는 곳이라면
그곳이 어디든
밝고 아름다운 세상이 될 것입니다
무정했던 세월도
동짓달 한파도
이 뜨거운 가슴을 이기지 못했습니다
우리의 고운 사랑 오롯이 하려고
일 년 내내
사랑을 씨줄하고 인내를 날줄 하여
기도의 베틀에 앉아 오직 사랑만을 짰습니다
견우여
이제 우리
천년을 함께 할 우리들의 푸른 노래를 부릅시다
지상의 모든 사랑하는 이들을 위하여
영원한 사랑의 노래를
<시작노트>
오늘은 음력으로 칠월 칠석, 견우와 직녀가 일 년에 한 번 만난다는 날이다.
얼마나 아름다운 우리의 전설인가? 헌데, 발렌타이 데이, 하이트 데이, 하면서
서양의 상술에 우리들의 청소년들이 현혹되는 것에 맞서 우리 것으로 사랑의 날을 만들어 보자고 한 것이 벌써 20년, 이 시는 칠석행사에 낭송하기 위해 쓴 축시였다. 이 시를 읽는 이들이여, 사랑으로 영원히 행복할 것이다.
<문인선 시인 약력>
경성대시창작아카데미 교수, 전평화방송목요시담당, 교육청연수원강사
시집 ‘애인이생겼다’ 외 다수, 전국예술제시부분대상외 다수 수상,
전국낭송대회심사위원장, 윤동주문학상심사위원장 등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