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인연의 끈 얽힌 이들과
정금의 햇살 고운 날, 여행길에 올라
함께 꿈꾸고 만들어갈 깨끗한 세상
따뜻한 감성의 자유와 통섭 읊조리면
‘느림은 행복이다’는 슬로걷기축제의
‘청산완보(靑山緩步)’는 신선한 충동이다.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의 그 청(靑)보리밭
한순간 뒤척이던 파도의 거대한 몸짓
잠잠한 느림의 징표인 ‘생명의 섬’
낮은 산자락의 범바위 쉬엄쉬엄 오른 뒤
황홀한 단풍길, 그 장엄한 일몰의 풍광.
수줍어 시린 달리 풍(風)의 낮달은
지난 밤 우두커니 느림보의 보행으로
저토록 유연한 감속을 버텨내는데
피에르 상소의 깊고도 오랜 사유 닮은
아흐, 자연의 이법인 슬로우 치타(Citta).
<시작노트>
시선이 닿는 곳마다 푸름에 젖는 계절이다. 분망한 삶의 일상에서 언어공해와 소음에 찌든 도시공간을 벗어나 잠시 명상호흡의 시간을 갖노라면 언어의 형상 그 자체로도 “아흐, 자연의 이법인 슬로우 치타”의 감흥을 불러 모을 수 있다. 시의 본질인 순수서정시가 언희(pun)에 떠밀려 소외되는 현대시의 암울한 늪에서도 항상 ‘창조주는 영혼이 깨끗한 자에게 은총을 허락한다.’ 까닭에 오감(五感)을 자극하여 독자들이 ‘감동의 느낌표!’로 낙점을 찍도록 모처럼 <청산도 여정>에서 맑은 언어를 튕겨보았다.
<엄창섭 시인 약력>
강릉출생,『화홍시단』(1965) 발행인,「시문학」추천시인, 한국시문학 학회 및 나는 별이다 회장 역임. 현재 가톨릭관동대 명예교수, 김동명학회 회장, 월간「모던포엠」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