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이 지천으로 피는
남쪽에 살고부터는
싸아한 겨울 냄새만 나면
막무가내 서울이 그립다
사내들은 목숨 걸고 사랑하고
「부베의 연인」이 흘러 다니고
커피 향 왁자하던 명동 뒷골목
아이를 업고 내려다보면
만리동 고개 철길 언저리
희뿌연한 아침 안개가
칭얼대듯 서성이던 강
아슴하게 고물대는 기억들을
싣고 헐떡이는 열차를 향해
동냥하는 아이처럼 손을 흔든다
이젠 어디에도 없는
그리운 서울이여 안녕
<시작노트>
1986년 부산에 정착 한 후 띄엄띄엄 방문해
청계천 뒷골목이나 발목까지 눈이 소복하던 장충단 공원길,
퇴계로의 빵집, 낙원상가 등을 지나치며
빠르게 지워지고 없어지는, 결국은 내 안에만 존재하는 것들을
곱씹으며 살고 있는 희끗한 나를 발견한다.
<약력> 1993년 문예사조 등단, 부산여류시인협회 회장 역임
시집 『표 정』외 3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