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은 나의 집이자
나아갈 길입니다
낮이나 밤이나 봄이나 가을이나
나는 땅을 파야 나아갈 수 있어요
땅 파는 기술이 좋다고요
그게 내 살아가는 방식 전부인 걸요
땅 파기는 내 길을 내가 내는 건데요
당신도 하루하루라는 길을 가잖아요.
어두워 어떻게 사느냐고요?
그게 내 삶의 빛인 걸요
당신은 어둠에 살 수 없지만
나는 내 어둠의 빛에서 살아요
쓸쓸하지 않느냐고요?
아니요, 날마다 전진하느라 쓸쓸함도 몰라요
파도 파도 땅이지만 그냥 나아가요,
그게 삶의 방식인 걸요
삶을 헤쳐 가는 나만의 방식
당신은 당신의 방식대로 살아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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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 노트> 요즘 나는 사람 사는 게 별 것이 아니라는 다소 부 정적인 생각을 하고 있는 듯하다. 캄캄한 땅을 파 며 살아가는 두더지처럼 인간의 삶도 그와 별반 다 르지 않겠다는 생각이다. 그렇더라도 열심히 사는 것에 의미를 두어야 하지 않을까. 그러므로 각자 사는 방식대로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것이 자신의 삶을 일구는 일이 아니겠는가.
[박두순 시인 약력]
1950년 경북 봉화군 출생, 1991년 시집 출간과 1998년『자유문학』시부 신인상 당선으로 등단. 1977년『아동문학평론』동시 신인상 당선, 시집『인간 문장』등 4권과 동시집『사람 우산』등 13권. 대한민국문학상, 한국문협작가상, 자유문학상, 소천아동문학상, 한국아동문학상, 방정환문학상 수상. 한국현대시인협회와 국제PEN한국본부 부이사장 및 한국동시문학회장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