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중(喪中)에 시집와
빈소 마루 걸린 패랭이 보며
골동품인가 여겼더니
상주 외출시 쓰는 갓이라네
상복 입고 출타할 일이야 뭐 있을까만
시조모 계시와 그냥 두고 있는데
댓개비 사이사이
검게 내려앉은 세월의 무게
바깥세상과 담쌓은 지 반세기
성도 이름도 순우리말이요
보따리 장사부터 시작해
신분 세탁 다 되어도
이녁은 어째 제자리냐며 볼 적마다
한 세기 쟁였던 회한(悔恨) 풀어내
허둥지둥 먼지만 털어주노라니
잊혀져 가는 것 짠하게 다가서
나지막이 이름 불러준다
패랭이
패랭이 : 역졸 보부상 같은 신분이 낮은 사람이나 상제가 썼음
[시작 노트]
하나 된 지구촌에서 유가의 중심 종가 지키고 살며 세월 역행할 수 없음 잘 알면서도 대대로 내려오던 미풍양속과 가재도구들 쉽게 정리 못 하고 세월의 때만 묵히는데 시조모 돌아가시면 견문 없다는 소리 듣지 않으려 간수하는 재구들이 측은지심 일깨운다.
[신순임 시인 약력]
경북 청송출생
월간 조선문학 시부문 등단
현대시인협회 회원, 국제펜 한국본부 회원
시집 “무첨당의 5월” “앵두세배” “양동물봉골 이야기1, 2” “친정 나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