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오일장엔
할머니의 점심이 있다
헐떡헐떡 더위에 눅눅해진
할머니의 자장면 같은
여름 오일장엔
울다 지친 업힌 아이 볼에
눈물 자국이 있다
땀띠 난 가슴팍
그 위 얼음주머니 목에 두른
어묵 가게 아낙의
휘어진 등이 있다
여름 오일장엔
입술 진하게 칠한
냉차 아줌마의 두툼해진 전대가 있다
오이 한 자루 지고 나온
할머니의 지친 졸음이 있다
여름 오일장에는
질기게 붙잡고 있는
오늘 하루
이네들의 처절한 삶이 있다.
[詩作 노트]
오일장은 지혜로운 우리 민족의 삶의 터전이고 역사다. 물건들의 값이나 품질에 연연하지 말고 그 많은 물건이 여기 등장하게 된 역사를 생각하면 존경심이 든다.
모두 존경받을만한 분들이다. 자장면 두 젓가락 드시다 다시 쪽파와 풋고추를 파시는
할머니는 지난 장날 입으셨던 옷을 오늘도 입고 나오셨다. 왠지 더 경건해진다.
[이 성 운 (李 性 雲)시인 약력]
1961년 서울 출생.
대한예수교침례회 서귀포교회, 해운대교회, 부안교회 담임목사 역임
현 홍천교회 담임 목사
저서: 시집 ‘빨간약’ 도서출판 푸른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