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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오일장 -시인 이성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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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22-07-11 08:5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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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오일장엔

할머니의 점심이 있다

헐떡헐떡 더위에 눅눅해진

할머니의 자장면 같은

 

여름 오일장엔

울다 지친 업힌 아이 볼에 

눈물 자국이 있다

 

땀띠 난 가슴팍 

그 위 얼음주머니 목에 두른

어묵 가게 아낙의 

휘어진 등이 있다 

 

여름 오일장엔

입술 진하게 칠한 

냉차 아줌마의 두툼해진 전대가 있다

오이 한 자루 지고 나온 

할머니의 지친 졸음이 있다

 

여름 오일장에는

질기게 붙잡고 있는 

오늘 하루

이네들의 처절한 삶이 있다.

 

 

 

[詩作 노트] 

오일장은 지혜로운 우리 민족의 삶의 터전이고 역사다. 물건들의 값이나 품질에 연연하지 말고 그 많은 물건이 여기 등장하게 된 역사를 생각하면 존경심이 든다. 

모두 존경받을만한 분들이다. 자장면 두 젓가락 드시다 다시 쪽파와 풋고추를 파시는 

할머니는 지난 장날 입으셨던 옷을 오늘도 입고 나오셨다. 왠지 더 경건해진다. 

 

 

 [이 성 운 (李 性 雲)시인 약력]

 1961년 서울 출생.

 대한예수교침례회 서귀포교회, 해운대교회, 부안교회 담임목사 역임

 현 홍천교회 담임 목사

 저서: 시집 ‘빨간약’ 도서출판 푸른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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