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송화가루 날리는 날 -시인 이규봉
  • 포켓프레스
  • 등록 2022-07-03 06:18:55

기사수정

 

오월의 바람이 불어오면

꽃들은 향기로 말을 건다

 

소나무는 

생로병사의 비밀이 감지될 때 

생애 최고의 송화를 피운다는데

 

이어령 선생은

장미의 가시를 몸속에 키우면서도

삶과 죽음의 빛나는 대화

그 마지막 수업으로

진홍빛 장미꽃을 피우셨다는데

 

오늘처럼 송화가루로 

시계가 흐려진 날은

이쪽 동네와 저쪽 동네의 경계가 없다

 

송화가루 휘날리는 봄날엔 

이산 저산의 산울림을 들어 보자.

 

 

시작노트

 소나무는 생활환경이 나빠져 생존이 위태로울 때 생애 최고의 송화가루를 날리며 솔방울을 많이 단다고 한다. 종족보존을 위한 본능일 것이다.

 송화가루 많이 날리는 봄날은 시계가 흐려져 이쪽 동내와 저쪽 동내의 경계가 불분명하고, 이쪽 세상과 저쪽 세상, 삶과 죽음을 연상하게 된다. 

 누구도 영원히 살아가는 사람은 없고 살아있는 생명체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음은 예고되어 있다. 따라서 죽음도 삶의 일부이며, 죽음은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다. 

 영원한 수수께끼 같은 삶과 죽음의 문제를 송화가루 휘날리는 날은 다시한번 생각해 보게 하며, 산 메아리에서 그 해답을 들으려 한다.

 

[이규봉 시인 약력]

2006, 한국문인 신인상 등단. 경기시인상, 동남문학상 수상. 대통령 포장 수훈. 시집; “햇살로 짠 바랑”, “울림소리”.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