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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임들에게 -시인 이종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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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22-06-28 09:2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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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산책할 적마다 자주 가던 길에서

 비켜 벗어나 자꾸만 옆길로 새요

 생이란 게 정상만 올라갈 수 없는 것

 너르고 편평한 길만 골라 갈 수 없는 것

 

 아주 비좁고 불편한 길이라도

 내 먼저 발 디디고 가

 뒤따를 후임들이

 편히 오도록 영예로운 길을 내어주는 것

 

 어디 산길뿐인가요

 모던한 길의 사유가 이에 해당해요

 내 가는 비정상과 부조리 따위를

 이정표로 내어 올바르게 가르쳐 줘야 해요

 

 생의 훗날,

 푸른 기치(旗幟) 영글어가는 젊은이들에게

 꿀 호떡과 바나나 우유 내어 드릴게요

 힘내서 안전하게 전진하세요

  

 <시작노트>

 누구나 사람으로 태어나면, 어느 시점까지는 각자의 소임을 맡게 된다. 가령, ‘노인’, ‘아버지’, ‘의원’, ‘사장’ 등 가족과 사회의 주요한 일원이 되는 귀속과 성취적 지위에 있게 된다. 그러나 이 제도적 역할에서 차츰차츰 지위는 있는데 역할이 없어지거나, 있다고 하더라도 아주 희미하여 있으나 마나 한 상태. 유명무실, 무정형적 역할 등 점차 희박해지는 역할이나, 비공식 역할로 전환하게 된다. 그쯤, 인생이든 자연의 길에서 먼저 살아온 선임으로서 품어 봄 직한 마음가짐으로, 후임들이 “편히 오(가)도록 영예로운 길을 내어주는” 과정에서 선임들이 “이정표로 내어 올바르게 가르쳐”줌과 동시에 후임들이 “아주 비좁고 불편한 길”과 “비정상과 부조리 따위를” 이겨내 “(더욱) 힘내서 안전하게 전진하”길 바라는 솔직함과 진정성을 시로 담아 보았다.

  

 [이종근 시인 약력]

 2016년 계간《미네르바》 등단. 『서울시(詩)-모두의시집(한국시인협회)』,『문예바다,공모시당선작품(제1집)』등에 참여. 《서귀포문학작품공모전》,《박종철문학상》등에서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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