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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분의 단조單調 -시인 박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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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22-06-28 09:2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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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와 오늘이 긴 하루로 늘어진다

친절하던 나무가 문득 벙어리가 된다

하품을 문 입속에서 궁금증이 흘러나오고

하루분의 인내를 생산해낸다

 

궁금증이 남아있다는 안도감이

오롯이 서러워질 때 속내를 알 수 없는

숲들이 흑갈색을 띤다

들어갈 수 없는 숲

 

하루가 황금 색조의 부드러운 바다 위에

둥둥 떠다닌다

 

두런거리는 거친 소리들이 점점 멀어지면서

맑은 바람이 일어나고

숲은 서서히 그늘을 벗어난다

 

다갈색의 해무海霧가 밀려와 공간을 넓혀가면서

푸드득거리는 빛을 느낀다, 그리고 회귀 

 

 

<시작노트>
하루분의 단조ㅡ시는 새벽의 어둠을 걷어내고 빛을 중천으로 밀어 올리면서 좀 더 밝아진 빛을 이끌고 하루의 끝인 저녁으로 간다. 오전이 기대와 의욕이 가득한 시간이라면 오후는 이미 중천의 삶을 경험하고 노을빛의 마지막 황홀 속으로 몸을 기울여 어둠의 편안함속으로 마음을 내려놓는 시간이다. 시인은 오전보다 오후가 가볍고 자유롭다. 하루분의 단조ㅡ는 왠지 시인의 쓸쓸함이 낮게 묻어나온다. 바람의 날개가 단조로 흐르기 때문일까? 생의 흐름이 하루분의 시간처럼 느껴진다

 

 

(박정이 시인 약력)

2009년 경남일보 신춘문예 시 <무등산 오르기>로 등단

평론 소설 수필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시집 <오후가 증발한다> <여왕의 거울> <목성의 춤> 외4권이 있으며 <제 2회 포에트리 황진이 문학상>과 <제9회 문협 서울시 문학상>을 수상했다

현 시전문 잡지 포에트리 슬램 대표겸 주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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