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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송이 -시인 김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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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22-06-28 09: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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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飢餓)의 강을 건너 봄날의 기운 받아

가슴에 고이 접은 푸른 잎 펼쳐 내고

먼 훗날 태몽을 꾸며

치마폭에 감춘다

 

폭풍우 몰아쳐도 가시로 침범 막고

삼복더위 삼키며 물렁 씨 살을 찌워 

밤과 낮 견디는 시간

달콤하게 익힌다 

 

바지랑대로 여러 차례 두들겨 맞으면서

어금니 굳게 물고 씨종자를 지키다가

가진 것 모두 쏟아 놓고

껍데기만 남는다


 

[시작 노트]

춥고 배고픈 긴 겨울을 지나 봄기운 받아 새싹을 틔우고 여름 푸른 잎 사이에 열매를 소중히 품어 가을에 씨종자를 남기는 것이 인생이라면 밤송이가 껍데기로 생을 다하는 것이 우리들의 삶과 같다.

할아버지가 아들을 낳고 그 아들 아버지가 또 아들을 낳고 세상을 떠나듯이 

나도 내 자식을 낳고 밤송이처럼 껍데기로 떠난다. 세상 모든 동식물의 생육 번성의 실물 교훈에서 삶을 관조하며 사유한다.

 

  

[김도성(金都星) 시인 약력] 

 2007, 월간 <한비문학> 시 등단.

 한국문인협회회원, 계간문예이사, 담쟁이문학회 자문위원 

 녹조근정훈장포장, 한국문인협회 이사장 표창, 수원시예술인대상수상, 한국가사문학상, 수원문학상, 

 시집 : 『아라메길에 무릎섬을 만들다』 외 3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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