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차를 마시며
장독대에 핀 서리꽃을 봅니다
잘 덖은 갈색 바삭한 꽃송이가
깊은 향기 머금고 있듯
주름꽃으로 간직한 어머니.
과중한 시집살이 견디시다가
자식 학비 벌어보겠다고
친정 다녀와서 우셨지요
아버지 병수발하며
가슴 쓸어내리시던
수많은 낮과 밤도 지금은
빈 잔에 남아있는 꽃송이처럼
홀로 계신 어머니
꽃차를 마시며
어머니와 제 인생을 봅니다.
[시작 노트]
구십객(九十客) 어머님도 꽃처럼 예쁘고 순백한 젊은 시절이 있었습니다만 자식들을 낳으시고 시부모님 수발과 농사일 바다일 가리지 않으시며 자식들 뒷바라지에 당신은 바싹하게 메마른 꽃잎이 돼 있었습니다.
마지막 남은 향기마저 자식들에게 주시면서도 미소를 잃지 않는 어머님을 생각하니
찻잔에 남은 꽃송이를 떠올렸습니다.
그리고 저 또한 비슷한 길을 가고 있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시인 황인선 약력
2007년 한국문학정신 신인상.
한국문인협회 시분과 회원, 청송시원 동인,
한국현대시인협회 사무국장, 한국문인산악회 총무
다음 ‘시인의 동굴’ 카페지기. 동인지 : 청시 사화집(제23, 24호, 25호)
사랑의 징검다리, 하얀 구름 꽃의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