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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서로 3인칭 -시인 방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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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22-06-19 20: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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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고 큰 의자에 손님처럼 앉아

입 무거운 사람

 

날마다 부르던 노래는 이명으로 들이고

먼데 하늘 파릇했던 날 더듬어 원시안이 된

 

바닷가나 산꼭대기

별빛 가득 내리는 곳에 홀연히 있는

 

안 봐도 본 듯

들어도 못 들은 듯

노을 아름다운 벤치의 혼잣말 같은 그 사람

 

우린 서로 3인칭.

 

 

 <시작노트>

계절 지나듯 사람도 변하지요. 여태까지의 나와 네가 아닌 ‘그 사람’이 된다는 것, 곧 서로간의 끈끈한 추억도 객관적이 된다는 것이지요. 턱을 괴고 앉아 문밖을 내다보듯 무심한 타인이 되는 것이지요. 절절한 마음 뒤꼍에서의 은근한 바라봄, 노을 비낀 의자에 앉은 혼잣말처럼, 흐릿한 세상 너머 어제의 그 길이 이제 내 길이 아닌 것처럼 사람도 자연도 내 편이 아닌, 그냥 삼인칭의 것으로 변하는 것이지요. 그 말이 자연스럽고 하나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지만, 말과 다르게 마음은 무척이나 섭섭한 것이지요. 

  

 

방지원 시인 약력

서울 출생, 1999년 『문예한국』 등단. 시집 : 『사막의 혀』 외5권 

수상 : 김기림문학상대상. 계간문예문학상. 

국제펜한국본부이사, 한국문인협회이사역임, 한국시인협회이사 한국가톨릭문인회이사 

숙명여대문학인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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