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려주어라
조금만 더 기다려주는 사람이 되어라
돌아선 마음이 그 마음 안고 가는 길은
얼마나 괴롭고 힘들겠는가
섣불리
위로하려 들지 마라. 보듬으려 들지 마라
섣불리
비난하려 들지 마라. 가르치려 들지 마라
자칫 더 어두워지면
사나워지고, 악의에 찰 것이다
자칫 더 굳어지면
단단해지고 멀어질 것이다
기다려주어라
조금만 더 기다려주는 사람이 되어라
어둡고 외롭게 가는 길, 그의 곁에서
조심조심 함께
걸어주는 사람만 되어 주어라
<시작노트>
살다보면 누구라도 그런 일을 겪거나 그런 이 곁에 있게 되지요.
그런 경우 무슨 말이, 무슨 행동이 필요하겠는지요?
제 서러움에, 제 자존감에 돌아오지 못하는 이,
그저 지켜보고, 그저 기다려주며 뒤돌아오기만을 기다려주는
사람이 되어 주어야 할 뿐이지요
<김용길 시인 약력>
1975년 <현대시학> 등단. 한국문인협회 문단바로세우기 운영위원
한국문학비평가협회 이사 역임. 시집 <그리움아 그리움아> <슬픈 허리의 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