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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자화상, 천경자 -시인 이상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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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22-06-06 09: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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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워지지 않는 슬픈 전설

영혼한 나르시스트, 고독의 방랑자

한 손에 담배를 들고

가슴엔 가시장미를 앉고

머리엔 뱀을 화관처럼 쓰고

우수의 찬 눈빛으로

열대나무에 앉아

카리브 해안으로부터

불어오는 바람을 마신다

 

오똑한 코, 뾰족한 턱, 치켜 올라간 눈초리

가늘고 긴 손가락을 한 여인의 눈망울엔

우수가 가득하다

 

표피무늬 옷을 입은 무희의 무표정한 얼굴

현란한 조명 아래 흔들리는 장신구

부엉이처럼 울고 있는 아코디언

 

역동적인 춤사위는 뱀이 허물을 벗듯

새로운 생을 갈구하는 나르시스트

 

<시작노트>

천경자의 특별기획전을 감상하며 독자적인 화풍을 이루어 온 작가의 독특한 작품세계와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영원한 나르시스트로 스스로의 모습을 끊임없이 작품에 투영되어 천경자 분신을 보는 것 같았다. 그녀의 작품세계는 자신을 비추는 거울과도 같았다.

슬픈 전설의 이야기, 영혼의 여행자, 자유로운 여자처럼 다채로운 이야기를 그림 속에서 찾을 수 있었다.

 

 

[이상정시인 약력]

1995년 <시와 시인> 등단. 1996년 한국문인협회 공로상 수상, 2000년 한국문인협회 경기도지회 경기문학 우수상 수상, 2015년 제16회 한국글사랑문학대상 우수상 수상

2018년 경기시인상, 경기문학인 대상 수상. 국제펜한국본부 이사. 제6대 경기펜 사무처장

 표암문학회 회장, 시집 < 관계, 그 제한적 용법> 외 11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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