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황간역 -시인 고용석
  • 포켓프레스
  • 등록 2022-05-29 22:19:12

기사수정

 

달리는 게 힘에 부칠 때

무거운 몸 내려놓고 싶을 때

쫓기듯 내달렸던 열차 같은 

시간 접어 두고

그대, 잠시 황간역에 내리게

항아리 시 곁에 앉아

바람에 날린 꽃잎들 앉혀 놓고

구름 불러 놀다가

드문드문 역을 찾는 사람들

세상 얘기에 빠져 보게

듣다가 내 얘기 같으면

퇴역한 역장 불러

올갱이국에 막걸리 한 사발

시 안주하여 마시면

세상 부러울 게 없을 거요

시끄러운 세상 싫거든

떠난 사랑 견디기 어렵거든

어서 오게나

고향이 그림처럼 남아 있는

황간역으로 

 

 

[시작노트]

지난봄, 몇몇 시인들과 시간을 내어 시의 꽃이 활짝 핀 황간역을 들른 적이 있다. 영동역과 추풍령역 사이에 있는 작은 간이역. 정완영 시인의 외갓집이 황간역에서 가까운 상주 모동이라서일까 

역에 걸린 그의 시구가 또 다른 시심을 불러일으켰다. 

‘---생각은 달려가는데 강물은 누워서 가고, 마음은 날아가는데 기차는 자꾸 기어가고’. 

바라보는 풍경 모두가 시요, 노래요, 그림이다. 지친 마음을 내려놓고 봄꽃 지는 소리를 들으며 펜을 들었다. 시가 그리움으로 다가왔다.

 

 

[고용석 시인 약력]

2013 계간<문학미디어> 등단. 서울여자상업고등학교 교장 퇴임.

현, 서울시인협회 사무국장

시집 「자자를 아시나요」 자유민주시인상 대상 수상.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