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노랗게 발효시켜
산수유가지에 걸어놓고
잠을 깼다
새벽이 노랗게 피어
화들짝
창밖을 내다보니
허기진 바람 나뭇가지에 앉아
향기를 다 털어 마시고 있다
밤새 뒤척였는지
물소리
새파랗게 눈을 뜨고
내 눈빛을 찌른다
어느새 일어나
물소리 잘라다
꺾꽂이를 해 놓은
남편의 눈에 향기가 가득하다
몹쓸,
이놈의 향기는
왜
시를 쓰는 내게는 안 오고
아무 필요 없을 남편에게 가득한지
어젯밤 잠을 발효시킨 걸
남편이 훔쳐갔다
도둑이여!
소리를 지르니
남편 눈 속 향기가 거실에 엎질러진다
쌤통이다
[글 가람 (본명 안태희) 시인 약력]
강원도 평창 출신. 초등학교 교장 정년 퇴임
*서울 문학 등림 (2008년), 창작수필 등림 (2005년)
*산문집 ‘첫눈위의 발자취’ (1994년)
*수필집 ‘하늘로 문난 집에 시집보낸다’ (2017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