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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효- 시인 안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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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22-05-16 08:5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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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노랗게 발효시켜 

산수유가지에 걸어놓고

잠을 깼다

 

새벽이 노랗게 피어

화들짝 

창밖을 내다보니

허기진 바람 나뭇가지에 앉아

향기를 다 털어 마시고 있다

 

밤새 뒤척였는지

물소리

새파랗게 눈을 뜨고 

내 눈빛을 찌른다

 

어느새 일어나

물소리 잘라다

꺾꽂이를 해 놓은

남편의 눈에 향기가 가득하다

 

몹쓸,

이놈의 향기는

왜 

시를 쓰는 내게는 안 오고

아무 필요 없을 남편에게 가득한지

 

어젯밤 잠을 발효시킨 걸

남편이 훔쳐갔다

 

도둑이여!

소리를 지르니

남편 눈 속 향기가 거실에 엎질러진다

쌤통이다

 

[글 가람 (본명 안태희) 시인 약력]

강원도 평창 출신. 초등학교 교장 정년 퇴임

*서울 문학 등림 (2008년), 창작수필 등림 (2005년)

*산문집 ‘첫눈위의 발자취’ (1994년)

*수필집 ‘하늘로 문난 집에 시집보낸다’ (201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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