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강 장날 홍매화 가지 불났다
꽃술에 앉은 꿀벌 뭐 좀 안다는 듯
궁뎅이 벌렁벌렁하며 바깥소식 나르고
꽃불 구경에 혼 나간 참새 떼
홍매화 그네 타며 3월 하늘 향내 채워
봄 전령 반기는 구경꾼들
나무뿌리 쥐 나게 불러들이는데
하늘 반 토막 낸 담장 위 길고양이
그 많은 사람 눈길 다 제끼고
홍매 자태 속 졸고 있다
청석 땅에 터 잡아 곤한 홍매
내려앉은 어깨 곧 빠질 것 같아
한 가지 뭉텅 잘랐더니
속으로 들어갈수록 선혈이 흘러
뒤란 나뭇단 뒤 던지곤 잊었더니
본가 소식 전하는 꿀벌의 성심 앞
쿡 찔린 양심 궁색한 변명 전한다
씨알 좋은 후손 얻기 위한 일이었노라고
[신순임 시인 약력]
경북 청송출생. 월간 <조선문학> 시부문 등단
현대시인협회 회원, 국제펜 한국본부 회원
시집 ‘무첨당의 5월’ ‘앵두세배’ ‘양동물봉골 이야기1’, ‘2’ ‘친정 나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