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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호랑이해의 봄 -시인 표성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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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22-04-05 18:2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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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인데 미치고 환장할 봄인데

만물이 소생하고 꽃피고 새 우는 봄인데

올봄은 봄 같지 않다 산동마을 산수유 축제도 못가고

산청 삼매도 못 보았다 말이 좋아 위드 코로나지

아직도 옆에서 픽픽 쓰러져나가고 창궐하는 역병

그보다 더 기가 막힌 꼴은 들어가고 나갈 배우들

등퇴장을 놓고 벌이는 이전투구는 끝나지 않고, 한번

무대에 올려놓았더니 관객은 뒷전이고 서로 제왕인양

행세하느라 주객전도 관객을 오히려 민망하게 만든다 

누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배우는 역할일 뿐이다

한강이야 흐르든 말든 용산이야 살아 꿈틀대든 말든

차라리 아나키스트가 되어 눈·귀 막아버리면 안될까

우크라이나로 간 젊은이가 부럽다 

시를 쓰지 않고서는 못 베길까? 

꿈을 버리고 돼지처럼 살면 안 될까?

이제 4월인데 그날의 참 함성이 되살아나는 봄인데

무엇이 달라졌는가, 그때나 지금이나 썩어문드러진

진흙판은 달라진 게 없다 그래도 온천지에 봄은 오는데

환장 미치게 하는 봄인데 그래도 봄인데 어쩌란 말이냐 

 

 

[표성흠 시인 약력]

1970년 대한일보 신춘문예 시 <세 번째 겨울>당선, 1979년 월간 <세대>지 신인문학상 소설 “분봉”당선으로 등단한 후 전업작가 생활 50년에 시집<농부의집> 창작집<선창잡이> 장편 <토우>(전6권) 동화 <태양신의 아이들>등 쓴 책 129권. 지금은 향리 거창 <풀과나무의집>에서 후학들을 기르며 지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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