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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화氣化가 되다 -시인 김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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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22-03-27 19:4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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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십 년 이상 공기를 마시고 살은 탓에

육신이 풍선처럼 부풀어

팔 할이, 공기로 되어 있다

 

마른 황태처럼

피부 껍질이 투명해지고

근육이 육포처럼 얇아진다

바람 든 무처럼

뼈에 구멍이 숭숭 뚫리고 있다

 

피복이 벗겨진 노후 된 전선처럼

신경초가 벗겨진 감각신경이

외부 자극에 민감해진다

가벼운 터치나 스킨십에도

찌릿찌릿하게 정전기 스파크가 생긴다

 

감성지수가 높아져서 

칠순이 지난 나이에도 때아닌 사춘기이다

세상 욕심을 내려놓으니 영육이 가벼워진다

만화방창 춘몽과 월하독작 몽상에 취해 산다

취중의 넋두리로 음유시인 행세를 한다

 

육신이, 믹스기로 갈은 듯 미세입자가 되고 있다

정신이, 오르가슴의 신열에 기파로 증류되고 있다

살점이 드라이아이스처럼 

기체로 서서히 승화되고 있다 

 

틀에서 벗어난 기파의 양자도약*으로 

어느 때 어디에나 직방 닿을 수 있다 

 

영성 자유, 날마다

기화가 되어가고 있다.

 

 

* 양자역학적으로 시공간을 초월한, 영성 파동의 비국소적 운동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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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영 시인 약력 

 

2007년 「미네르바」 시 등단. 시전문지 『포에트리 슬램』 편집인. 

시집: 『하늘거미집』 『물구나무서다』 『강물은 속으로 흐른다』 

서정시선집: 『버드나무의 눈빛』, 디카시집: 『눈과 심장』, 

한국의사시인회 고문, 시산맥시회 고문.

제 9회 미네르바 문학상, 제 14회 한국문협 작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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